언제나 그렇듯 카페라떼 주문이 들어왔다.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서서 포터필터를 빼 들고 그라인더 앞에 섰다. 버튼을 누르고 (꾹… 그라라라라라라라) 원두가 분쇄되어 나왔다.
음, 오늘은 원두 말고 다른 거로 추출을 해볼까?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바(Bar)의 일상에 장난을 치고 싶어진 건 순전한 충동이었다. 컵 속에 매번 같은 에스프레소 샷만 떨어뜨리는 대신, 이번에는 우리가 집요하게 모아온 엉뚱한 알맹이들을 정밀하게 때려 넣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원두 대신, 우리의 유쾌한 집착들을 컵 안에 도징하기로 했다.
포터필터 안을 채운 건 거창한 사명감 같은 게 아니다.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사소한 도구 하나에 목숨 거는 우리의 은밀한 고집이고, 커피 한 잔을 핑계 삼아 넌지시 건네는 조금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마시는 고소한 색상의 액체가 진짜 취향인지, 아니면 살기 위한 합법적 중독인지 쿨하게 따져보는 발칙한 질문들이기도 하다.
적당히 채워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꾹꾹 눌러 담았으니, 이번 호의 밀도는 여느 때보다 진할 것이다.
주문하신 라떼 대신, 우리 waia를 가득 담은 2호가 나왔다. 커피 한 모금 머금고 가볍게 슥 넘겨보자. 다 마시고 난 컵 바닥에 꽤 근사한 향이 남을 테니까.